나는 ‘시간이 남긴 흔적이 반드시 상실만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사라진 이후에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감정과 기억은 특정한 형태로 남아 우리의 현재를 계속 건드린다.
희연: 왜 그런 생각이 들어?
윤희: 몰라.
희연: 언제 그런 생각이 주로 드는데?
윤희: 군집에 속해있을 때. 혼자 있을 때. 때때로 가끔. 때때로 자주.
나는 매일 아침 6시가 되면 눈을 뜬다. 그리고 6시 20분까지는 씻고 옷을 입는다. 6시 20분에서 7시까지는 아침밥을 먹으며 그간 밀렸던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곤 한다. 7시가 넘으면 작업실로 향한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리스트업 해놓고 하나씩 해나간다. 나의 불안은 한 가지 일을 지속할 수 없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정해놓은 리스트를 루틴처럼 돈다. 어제의 불안은 오늘의 루틴이 깨질까 봐 했던 걱정들에서 나온다.
그래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지 가늠하기 항상 어려웠다.
파랗게 보이는 세상을 상상해본 적 있어? 파란색 세상은 모든 게 명확하지 않아. 물건들도. 그리고 사람들도. 한 겹의 색이 덧씌워지는 것뿐인데 거리감이라는 게 없어져.”
“응, 근데 거리감이 왜?”
“거리감. 거리감이 제일 중요하잖아. 내가 살아있는 한. 근데 그게 없어진 거야. 그리고 그 애가 쥐고 있던 컵조차 그 애한테 흡수되어 버린 거지. 파란색은 상실의 색이야.”
작가 노트
죽음을 대하는 형식이나 태도는 각기 다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가진 가치관 속에서 부정적인 감정은 공존하고 있다. 죽음이라는 불가피한 사건은 자본주의적 가치관과 결합하며, 늙음이라는 과정조차 수치심이나 미안함 같은 감정을 동반하게 만든다.
나는 이러한 죽음을 향하는 존재로서, 죽음을 대하는 나 자신의 태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아성찰에 주목한다. 작업은 죽음을 하나의 사건으로 바라보기보다,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감각과 감정의 흐름으로 다루는 시도이다.
Artist Statement (English)
While the forms and attitudes toward death may vary, negative emotions fundamentally coexist within people's values. The inevitable event of death is intertwined with capitalist values, and even the process of aging evokes feelings of shame and regret.
As a being facing this death, I focus on my own attitude toward death and the self-reflection that arises during the process. My work attempts to address death not as a single event, but as a continuous flow of sensations and emotions that accumulate throughout life.